찔레꽃. 2021. 1. 24. 11:31

1월이 색깔이라면 
아마도 흰색일 게다. 
아직 채색되지 않은 
신(神)의 캔버스, 
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 
꿈꾸는 짐승 같은 
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, 

 

1월이 음악이라면
속삭이는 저음일 게다. 
아직 트이지 않은 
신(神)의 발성법(發聲法). 
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
내 영혼의 현(絃) 끝에서
바람은 설레고, 

 

1월이 말씀이라면 
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. 
유년의 꿈길에서 
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, 

 

아가, 일어나거라, 

벌써 해가 떴단다. 
아, 1월은 
침묵으로 맞이하는 
눈부신 함성.

 

- 오세영, '1월'